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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슈] 기후위기 보도는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끌어 낼 수 있을까?

2023-11-15

 

 

커뮤니케이션팀 유희라 연구원

 

 

기후위기 보도에 있어 언론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기후 보도량의 부족, 기후과학에 대한 불친절한 설명, 심층취재의 부족, 사안에 대한 단면적 해석 등 언론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해 기후변화 대응에 대중들의 움직임이 더디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언론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기에 앞서 정말 언론의 기후위기 보도가 사람들의 인식, 행동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지난해 가디언은 기후위기에 대한 과학적 보도가 사람들의 기후환경정책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오하이오 주립대학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미국 과학 아카데미 저널인 미국국립과학원회(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기후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는 미디어의 영향을 받으며, 나아가 기후문제 해결 행동으로 이어진다. 연구진은 미국인 2,89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단계에서 정확한 과학 정보가 반영된 기후변화 기사를 읽게 했다. 일주일 후 두 번째 단계에서는 기후과학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기사를 읽게 하고 다시 일주일 후 세 번째 단계에서 기후위기에 당파적 논쟁을 논하는 기사를 네 번째 단계에서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없는 기사를 읽게 했다. 각 단계가 끝나면 참가자들에게 기후변화와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기사를 읽은 후 기후과학에 회의적이었던 일부 사람들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했고,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정부 조치를 찬성했다. 그러나 네 번째 단계까지 거치고 나자 이들은 기존의 회의적 태도로 되돌아갔다.

 

연구진은 대중이 과학적 보도에 노출되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향상되고 행동변화로까지 이어지지만,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보도에 노출되면 변화됐던 태도가 빠르게 무효화 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대중에게 기후변화에 대해 똑같고, 정확한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후보도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메시지를 자주 반복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4월, 스위스 로잔대학교 연구팀은 위협만을 강조하는 언론의 기후위기 보도는 대중의 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마리-엘로디 페르가와 파브리지오 부테라 교수 연구팀은 2020년 게재된 기후변화 관련 과학기사 5만 1,230편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언론은 기후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빙하가 녹고 북극곰이 사라지는 등의 기후변화로 인한 장기 전망과 좁은 범위의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먼 미래 예측이나 특정 지역에 한정된 피해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보도를 접한 대중은 기후변화 문제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테라 교수는 이에 대해 "인간의 두려움은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데 다만 문제와 해결책이 함께 제시될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페르가 교수 또한 "친환경적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언론 보도에서 기후변화가 삶의 방식, 주변환경, 재정문제 등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언론 보도는 대중의 기후변화대응 행동을 끌어내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기후위기시대를 잘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균형잡힌 언론의 기후위기 보도는 필수적이며 매우 중요하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보도에 대한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Columbia Journalism Review)와 더네이션(The Nation)이 미국에 공동으로 설립한 글로벌 비영리 언론단체인 커버링클라이밋나우(Covering Climate Now 이하 CCNOW)가 대표적이다. 기후변화 보도의 국제적 협업을 지향하는 단체로 현재 57개 국가 460여 개의 언론사가 참여하고 있다. 

CCNOW 홈페이지에 제시된 기후보도를 제대로 하기 위한 기후보도 가이드라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언론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기후보도를 접하는 독자도 이들이 아래 가이드라인을 중점에 두고 보도하고 있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한다. 양질의 기사가 생산되고 이를 접한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 대응에 참여하는 순환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1) 과학을 긍정하라 : 언론인으로서 우리는 수십 년 전부터 위기를 경고해 온 과학자와 같이 명확하게 기후변화를 다뤄야 한다.
2) 기후위기는 모든 영역에 걸친 뉴스다 : 핵심은 과학이지만, 산업, 보건, 주택, 교육, 음식, 안보, 오락 등 무얼 취재하더라도 기후와 관련한 이슈가 있다. 기후기사를 쓸 때 인간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3) 가난한 사람, 유색인 집단, 토착민의 경험과 노력을 강조해라: 소외된 집단은 기후영향으로 가장먼저 최악의 고통을 겪지만, 보도에서 생략되곤 한다. 
4) 정치적 공방으로 다루지 마라 : 기후기사를 지나치게 정치적 공방으로 다루면, 내용에 접점을 찾기 어려운 정파적 색깔을 입히게 된다.
5) 너무 절망적인 얘기로 다루지 마라: 해결책을 찾는 활동가와 혁신가가 있다. 이들의 노력을 부각함으로써 기후변화가 극복하기 불가능한 과제만은 아님을 알릴 수 있다.
6) 전문용어를 풀어써라 : 독자가 과학자나 동료 기후 기자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라
7) 위장환경주의를 경계하라 : 기업의 거창한 약속을 의심하고 그대로 받아쓰기하지 말아야 한다.
8) 심각한 기상이변은 기후위기 기사다: 기상이변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종종 기사에서 누락한다.
9) 기후위기 보도는 인기가 없다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10) 제발, 기후변화 회의론자에게 마이크를 쥐어 주지 말라

 


참고자료

1) CCNOW, 2021.03.28, https://coveringclimatenow.org/resource/climate-reporting-best-practices/

2) Fiona Harvey, The Guardian, 2022.06.20.,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22/jun/20/truthful-climate-reporting-shifts-viewpoints-but-only-briefly-study-finds

3) 이봉현, <[외신은 기후 위기를 어떻게 보도하고 있나] 범세계적 재앙에 팔 걷어붙인 세계 언론>, 신문과방송, 2021.05.12.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kpfjra_&logNo=222347922517&categoryNo=0&parentCategoryNo=0

4) 이주영, <"현 기후위기 보도행태, 문제 해결보다 부정·회피 유발 우려">, 연합뉴스, 2023.04.24. 
https://www.yna.co.kr/view/AKR202304240677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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